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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부자들/식물의 오묘한 신비

늙은 나무가 더 빨리 성장 …탄소도 더 많이 저장

늙은 나무가 더 빨리 성장…탄소도 더 많이 저장
국제 연구진 "예외 아닌 일반적 현상"

(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 = 늙은 나무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기존 통념과는 반대로 나무는 늙을수록 성장 속도도 빠르고 더 많은 산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네이처 월드뉴스가 16일(현지시간)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미국 등 국제 연구진은 6개 대륙에 서식하는 403개 열대 및 온대 수종의 나무 67만여 그루를 대상으로 최고 80년간 축적된 기록을 분석한 결과 97%의 수종에서 나무가 늙을수록 더 빨리 자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늙은 나무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 현상은 호주의 유칼립투스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레드우드(세쿼이아) 등 몇몇 종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어디서나 일반적인 현상이며 가장 큰 나무의 경우 1년에 600kg 이상 불어나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서부 지역의 한 연구지에서는 지름 100㎝ 이상의 나무가 전체 나무 수의 6%에 불과한데도 숲 전체 성장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런 나무들의 생태를 사람에 비유하면 청소년기가 지나도 계속 성장해 중년 무렵엔 몸무게가 500kg이 되고 은퇴 연령이 되면 1t이 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무 하나하나의 성장을 기록한 수많은 장기적 연구 프로젝트와 개인의 노력 덕분에 이런 전지구적 연구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연구는 1930년대에 연구림으로 지정된 미국 북서부 태평양 해안 지역의 숲에서 자란 미송과 미국솔송나무, 가문비나무, 적삼목, 유럽전나무 등의 자료가 이용됐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 열대숲과학센터(CFTS)의 지원을 받은 미국과 아프리카 과학자들은 지난 1996년 카메룬에 50만㎡의 연구림을 조성해 495개 수종의 나무가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늙은 숲이 젊은 숲보다 탄소를 많이 저장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늙은 숲에는 온갖 크기의 나무가 자라기 때문에 어떤 나무가 가장 빨리 자라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저장하는지는 아직까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연구를 통해 그 답을 확실히 찾았다"고 밝혔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