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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부자들/나무와 자연

[기고] 전환점에 선 산림 규제


경제도약과 행복지수 향상을 위해 규제개혁이 한창이지만 꼭 필요한 규제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규제를 들라면 나는 주저 없이 '산림보호'를 위한 규제라고 말한다.

세계적 성공모델인 우리나라의 국토녹화는 나무 심기와 벌채 금지라는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실현과 범국민적 동참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헐벗은 민둥산이 울창한 숲으로 바뀐 데는 척박한 땅에 나무를 심는 노력과 함께 입산을 통제하고 벌채를 금지하는 규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과거 보호중심 녹화 성공 결실 거둬

우리나라는 산림면적이 64%에 이를 정도로 산림이 많다. 국토녹화는 성공했고 산림은 울창해졌다. 굳이 처벌규정을 들먹이지 않아도 나무를 함부로 베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산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 만큼 국민의식은 성숙했다. 이제 산림은 단지 절대 보호의 대상으로 머무는 게 아니라 경제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해 쓰여야 할 자원이 됐다. 산림 분야 규제도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온 것이다.

산림청은 산림이 가진 공익적 가치를 지켜내면서 이를 활용하는 길을 찾아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보호와 개발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산지이용은 합리적인 대책으로 규제를 개선하면서 풀어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그동안 보전산지가 편입된 산업단지에는 대기오염 물질이나 폐수배출 시설을 설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오염물질 저감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기 때문에 환경배출허용 기준치 이하로 줄이는 시설을 설치한다면 허용된다. 실제로 이런 규제개선으로 충남 공주 검상농공단지에 LCD용 부품 업체가 입주할 수 있게 돼 지역경제에 상당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케이블카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한 달에 한번 이상 산을 찾는 등산인구가 1,5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만큼 산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노약자나 장애인은 어떨까. 이들에게는 케이블카가 절실하다. 산림선진국인 스위스에서 보는 것처럼 케이블카는 관광자원으로 매력적이다. 케이블카는 설치할 때 약간의 산림훼손이 있지만 설치한 후에는 회복이 가능하고 오히려 무분별한 등산로 개설로 인한 생태계 훼손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지점에서 탐방구역을 제한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케이블카의 난립은 문제가 될 것이다.

가치 지키되 활용도 제고 고심해야

종전에는 표고의 50%까지만 설치할 수 있어 범위가 너무 좁았다. 그래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일반사업자와 공동 추진하는 경우에 한해 설치허용 범위를 넓혔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는 산림이 경제자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림은 산업단지 입지뿐 아니라 산악관광이나 청정임산물 같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무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산림휴양과 치유는 요즘 여가활동의 트렌드다. 국민들은 숲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어한다. 국토녹화 시기에 구축된 보호 위주의 규제방식으로는 이러한 가능성과 기회를 살리기 어렵다. '산림보호'는 가장 성공한 규제 중 하나였다. 이제 성공한 규제를 또 다른 성공을 위해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다. 그래야만 성공한 산림을 원동력으로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다.

신원섭 산림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