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정보
글·사진 _ 김두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과)
왕벚나무의 가치
왕벚나무는 관상 가치와 목재 가치가 높아 가로수 및 조경수로 널리 식재되며, 조림에도 이용되고 있다. 한라산 자생 왕벚나무는 일본 원산지로 보고되고 있는 재배 왕벚나무와 기원과 자생지에 대해 많은 이견이 보고되어 왔으나, 1998년 한라산 특산식물임이 입증되었다. 현재 제주 한라산과 대둔산에 자생지가 있으나, 개체 수가 매우 적어 증식 및 보전이 시급한 수종으로 알려졌다. 또한, 벚꽃 개화 시기 관측 표준목인 왕벚나무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평가기준에 따르면 국제 단위 멸종위기종으로 한국희귀식물 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왕벚나무의 번식법
왕벚나무의 증식법으로는 삽목과 배배양 같은 조직배양을 이용한 영양증식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산림자원의 유전 다양성 확보, 보존 및 실용적 증식을 위해서 종자를 이용한 증식방법이 확립되어야 하나, 왕벚나무는 종자 발아가 극히 어렵다고 알려졌다. 지금까지 왕벚나무의 종자는 최소한 1년 이상 저온 상태에서 습윤처리 한 후 파종해야 발아하며, 발아율이 낮고 경비가 많이 소요되어 묘목 생산이 어려운 종으로 알려져 왔다.
일반적으로, 균일한 형질이 요구되는 가로수는 삽목을 이용한 영양번식으로 증식하여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나, 자연 상태에서는 영양번식 개체를 대량으로 이용할 경우, 소수의 유전자형으로 한정된 데 따른 환경 적응력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즉, 우수한 형질을 가진 소수의 개체만을 영양번식한 후 숲을 조성하면, 그 개체들이 돌발 병해에 대한 내성 유전자형이 결핍된 경우, 집단 전체가 고사할 수 있는 심각한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나무의 양친 수)의 유전자형 재조합 결과물인 종자로 번식된 개체는 다양한 유전자형이 창출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증진되므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더라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 나무가 된다. 이런 나무들로 조성된 집단은 급격한 돌발 병해에서도 내성이 있는 형질을 가질 수 있어, 집단 고사의 위험이 낮아지므로 유전 다양성의 유지가 중요한 것이다.
왕벚나무의 실생묘 생산 촉진 기술
왕벚나무 종자의 발아가 어려운 원인은 종자의 껍질이 단단해 수분과 산소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고 발아를 억제하는 물질이 종자 껍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기술은 회전배양을 통해 인위적으로 식물호르몬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최소 1년이 걸리던 왕벚나무 종자의 발아 기간을 2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기존 방법보다 종자 저장 및 이용 효율성을 증진시켜 유묘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묘목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고, 환경 변화 적응에 필수적인 다양한 유전자형을 보급·보존하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왕벚나무 종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저온 습윤처리를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실시해도 발아가 되지 않는다. 또한, 종자가 미숙한 경우, 성숙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온습사처리를 3개월간 실시한 후 다시 3개월간 저온습사처리를 실시한 방법으로도 저장 종자나 그해에 수집된 종자들은 전혀 발아되지 않았다.
종자의 휴면타파를 위한 지베렐린산 전처리
지베렐린 용액 처리는 종자의 휴면 타파를 위한 방법으로 예냉(저온층적처리) 요구 기간을 단축하고 발아를 증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 실험에 사용된 지베렐린산(GA3)은 식물계에 널리 분포하는 식물호르몬의 하나로, 농약상에서도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다. 수개월간의 냉온습적 처리방법으로도 전혀 발아되지 않던 왕벚나무 종자를 지베렐린산 용액에 1일간 침지시키는 경우 회전배양을 하는 방법을 이용하였다. 회전배양방법을 이용한 결과, 종자의 물리적 충격, 발아억제물질의 희석, 공기와의 접촉으로 인한 산소 공급, 지베렐린산의 종자 내 침투 등의 복합적인 효과를 유도하여 발아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회전배양을 하지 않고 지베렐린산 용액에만 침지했을 경우, 발아율은 26%로 낮았고, 충분한 회전배양으로 지베렐린산을 처리했을 경우에는 21일 만에 71%가 발아되었다. 이때 지베렐린산 용액의 농도는 500~1,200ppm이 적당하다. 일반적으로 옥신이나 지베렐린 등의 식물호르몬은 그 특성상 일정 농도에 달했을 때 효과를 나타내며, 농도가 너무 높으면 오히려 발아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액체질소를 이용한 종자 전처리 기술
왕벚나무 종자의 발아 촉진을 위해 개발된 두 번째 기술은 액체질소를 이용한 전처리 기술이다. 왕벚나무 종자의 종피에 상처를 주는 처리(종피 가상 처리)는 지베렐린 처리를 동시에 하지 않으면 전혀 발아되지 않았으며, 경실종자(단단한 종자)의 종피 가상 처리로 많이 사용되는 황산처리 방법도 효과가 거의 없었다. 일반적으로 액체질소는 -196℃의 초저온을 유지하는 액화 상태의 질소로 장기저장에 이용된다. 액체질소 처리방법은 액체질소로 급속 동결 및 해동 과정에서 내과피와 종피가 손상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즉, 경실종자의 해동 과정에서 자칫 종자가 직접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역이용하여 손상 정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왕벚나무 종자의 발아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단, 액체질소를 이용하여 왕벚나무 종자를 전처리할 경우, 종자수분함량이 일정 수준(24%) 이상이면 세포의 손상을 일으켜 발아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액체질소 B).
위에서 소개한 왕벚나무 종자 발아 촉진 기술은 전처리 기간까지 포함하여 3∼8주 내에 71∼63%의 실생묘를 생산할 수 있는 간편한 처리 방법이다. 많은 수목 종자에 존재하고 있는 휴면을 감소시키거나 극복시킬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은 산림유전자원의 활용성과 경제성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저장 유전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종자를 이용한 증식기술은 미래의 환경변화에 적응력이 높은 나무들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며, 관상용이나 조경수에 주로 이용되어 왔던 왕벚나무의 활용 분야를 숲 조성이나 목재자원 생산용 등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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