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줄기다. 부처꽃과의 배롱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껍질이 없다. 대나무도 껍질이 없지만, 배롱나무는 껍질이 없으면서도 대나무처럼 속이 비어 있지 않고 꽉 차 있다. 배롱나무의 줄기는 껍질이 없기 때문에 대나무처럼 매우 매끈하다. 매끈하기 때문에 재주 많은 원숭이도 미끄러질 정도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사루스베리(さるすべり)’, 즉 ‘원숭이가 미끄러지는 나무’라 부르고, ‘후랑달수( 郞達樹)’라 부른다. 사람들은 배롱나무의 이러한 특징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지금까지 아낌없이 사랑하고 있다.
인간은 배롱나무의 이러한 특징에 대해 겉과 속이 같은 존재로 인식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겉과 속이 다른 존재보다 같은 존재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나무를 통해 스스로 그런 존재이길 꿈꾼다. 그래서 배롱나무는 일편단심(一片丹心)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임금이든 부모든 임을 향한 오롯한 자신의 마음을 배롱나무를 통해 드러내고 싶어했다. 그런 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에 배롱나무를 흔히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재실이나 사당, 혹은 무덤 옆에서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나무가 배롱나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배롱나무를 뜰에 가득한 꽃, 만당화(滿堂花)라고 부르는 것도 일편단심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공간에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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