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홍의 우좌지간] 추풍령 휴게소의 '근혜 숲'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추풍령휴게소가 있다. 청와대 비서진들 사이에 '근혜 숲'으로 불리는 정원이 한쪽에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다양한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는 호젓한 산책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항상 차를 세우고 영겁 같은 찰나의 망중한을 즐기곤 한다. 비서진들 사이에선 '근혜 숲'으로 불린다. 박 대통령의 야생화 사랑은 유별나다고 한다. 아마도 머리 아픈 일이 있거나 아니면 그냥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싶어할 때마다 야생화가 만개한 이곳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했음 직하다.

과거 유럽에 특사자격으로 나갔을 때도 공항 한쪽을 거닐며 5분여간 산책을 즐겼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취미로 야생화를 기를 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최근에 청와대 안뜰인 녹지원에서 야생화 전시회가 열렸다. 박 대통령은 애정 어린 눈길로 꽃 하나하나를 구경하며 한참을 머물렀다고 한다. 가을의 전령사라고 하는 쑥부쟁이, 구절초, 개미취 등 각종 야생화가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모두 국화과에 속한 야생화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서로 비슷하게 생겨서 알아보기 힘들다. 박 대통령의 야생화 사랑은 전문가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지극한 야생화 사랑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문화융성과 맥이 닿아 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꽃이나 궁중음식 등이 또 하나의 '한류'인 셈이다. 궁중음식 전시는 대통령 직속의 문화융성위원회에서 제의했다. 한 위원이 유명 드라마로 한류 바람을 일으켰던 '대장금'이 전 세계 72개국에서 방영될 만큼 인기가 높은 데도 정작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궁중음식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건의사항을 내 박 대통령이 직접 궁중음식 전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문화 전도사 역할은 해외 순방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5월 초 방미 기간에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들른 것을 비롯해 6월 방중 당시에는 K-팝(pop) 우정콘서트를 관람했고 진시황 시대의 유물이 가득한 시안의 병마용갱도 방문했다. 베트남 국빈방문 때는 직접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섰으며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때는 현대미술 교류전에 참석했다. 러시아 방문 때도 박물관을 다녀왔다. 내달 초 서유럽 순방 때도 문화 관련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행사의 경우 숭례문 복구 준공식을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 경기 파주 출판 페스티벌, 전남 순천 정원박람회 등 문화와 관련된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우리 문화에 대한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앞으로도 각종 문화 관련 행사 기획과 참석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문화가 있는 삶'을 정책적으로 실현시키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배어 있다. 경제살리기를 통해 국민의 먹거리와 소득 향상을 증대시킨다면 문화융성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청와대 사랑채에 한식과 전통문화 전시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문화는 사회적 양식의 척도다. 국민소득이 높을수록 구성원들의 문화 향유에 대한 욕구가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화가 있는 삶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문화융성 구상은 바로 이러한 정신적 풍요로움을 국민이 누리도록 하기 위한 것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문화융성은 곧 창조경제와도 연결된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흔히 말하는 퓨전 공연이 아닌, 우리만의 전통적 문화에 창조적 구상을 보탬으로써 또 다른 '한국 문화'를 창조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한국 문화의 세계화로 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예산을 확보 중에 있고, 많은 구상을 하고 있다"며 "이것이 '근혜노믹스'의 핵심인 창조경제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aeneni@fnnews.com 파이낸셜 뉴스 정인홍 정치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