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은행나무 단풍잎의 계절이다. 지금 도심의 어느 가로길을 거닐더라도 노란색 은행나무 단풍잎이 발밑에 밟히지 않는 곳이 없다. 우리나라에 식재된 가로수 중에서 왕벚나무를 비롯한 벚나무류가 22%로 가장 많고, 은행나무가 18%로 그 다음으로 차지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초기생장은 느리지만, 도시의 공해에 잘 견디고, 이식력도 강하며, 가을의 단풍과 나무의 수형이 아름답기 때문에 가로수로 선호되는 수종이다. 식재 후 관리비가 적게 드는 것 또한 가로수로서의 큰 장점이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자웅이주)이다. 즉 암나무와 수나무가 서로 마주 있어야 열매가 열린다. 이는 동물의 정충처럼 생긴 꽃가루가 스스로 움직여서 난자를 찾아가 수정되어야만 비로소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은행나무가 단풍들 때 쯤이면 암나무의 열매가 떨어져 나무 밑이 지저분하고, 악취가 진동을 한다.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은행나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고, 여기서 뽑아낸 암나무는 가로가 아닌 녹지나 공한지에 심어 경관수 또는 유실수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많이 심겨지기도 하지만, 수명이 길고, 수형이 아름다워서 독립수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교목(校木), 시도목(市道木)으로도 가장 많이 지정된 우리와 아주 친숙한 나무이다.
은행나무는 생명력이 강하고, 오래 사는 장수목으로도 유명하다. 약 2억 5천만년 전부터 지구상에 살아온 이 나무는 그동안 여러 번의 혹독한 빙하기를 견뎌내고 지금까지 살아온 1과, 1속, 1종의 화석식물로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후, 이듬해 가장 먼저 푸른 새싹을 틔울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중 하나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30호,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1,100살 정도 된다고 한다. 그 크기 또한 높이 60m, 둘레 4m로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라 한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손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여행을 가다가 심었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 외 21그루의 은행나무 노거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가을,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찾아 노랗게 물든 가로수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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