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나무로부터 보고 듣는 서울의 옛 이야기
헌법재판소 내 백송(百松)은 국내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백송으로 꼽힌다.
이 백송은 한 자리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과 사건을 모두 지켜봤다.
갑신정변 주역이었던 홍영식의 집,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 경기여고의 전신인 한성고등학교, 헌법재판소를 차례로 맞았다.
이처럼 서울에는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역사 흐름을 지켜본 노거수(老巨樹)들이 많다.
서울시는 역사와 변화의 산 증인인 나무들과 관련된 52가지 이야기를 담아 전자책 ‘사연 있는 나무 이야기’를 23일 발간했다.
52건의 사연은 재동 백송을 비롯해 사대문 내 나무 28건, 창전동 느티나무 등 사대문 바깥 나무 24건으로 구성됐다.
책은 수령, 수고를 비롯한 나무의 기본 정보는 물론 설명 글과 소재지, 문의처가 담겼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의 저자로 유명한 이장희 삽화 작가의 세밀화가 곁들여졌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는 종로구 정독도서관에 550년 이상이 됐으면서도 버팀목 없이 고고하게 선 회화나무가 있다.
회화나무는 선비의 굳은 절개와 높은 학문을 상징해 최고의 길상목(吉祥木)으로불렸다. 이 나무는 유명 사교장이었던 하남호텔이 철거되고 캐나다 대사관이 들어서는 걸 지켜봤다.
사대문 밖 신림동에는 강감찬 장군이 꽂은 지팡이가 자랐다는 전설이 담긴 굴참나무가 있다. 전설대로라면 이 굴참나무의 수령은 1천 년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250년 정도로 추정된다. 장군의 얼이 깃든 나무였으니 아마도 원래 나무가 고사하고 후계목을 심은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이외에 자세한 이야기는 서울시 홈페이지와 서울시 공식 관광정보사이트에서 무료로 읽어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