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와 사색의 공간…우리네 전통 정원
현존하는 우리나라 정원들은 대부분 조선시대 것들로, 유교사상과 도교 사상의 영향 등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관조하는 성격이 짙다. 우리나라 정원은 분명 서구의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서구 정원들이 유희, 호사, 사냥의 장으로 활용됐던 것과는 달리, 우리의 정원은 풍류, 사색, 자연과의 합일을 중시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봄으로써 아름다움을 느끼고 정서를 함양해 궁극적으로 자연의 이치를 깨우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과 위안을 누렸던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인에게 있어 자연이 곧 정원이었기에 인위적인 가식과 장식이 필요 없었던 것이었다. 우리네 정원은 컴팩트한 서양정원처럼 카메라 렌즈안에 포착되지 않는다. 시선을 사로잡는 오브제도 없고 그림 같은 장면도 찾기 어렵다.
반면 중국 정원은 거대한 스케일 속에 경관 또는 인간을 압도한다. 장대하고 기묘하기가 가히 조물주 수준을 능가한다. 일본 정원은 치밀하게 다듬어져 있다.
한국전통 예술에서는 무기교의 기교를 높은 가치로 평가한다. 순수미와 관조미도 높은 수준의 미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한국 정원이 별로 볼게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우리네 미학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그 이면에 감춰진 보이지 않는 것을 더중시한 데 따른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한국정원(부용정)
한국정원(진도 운림산방)
# 일본-중국, 정원 대중화 적극 나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조경 관계자들이 일본의 정원 대중화에 상당한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정원 디자이너들의 활발한 활동에 힘입어 일본 정원 모델은 유럽 각지에 설치돼 있다.
일본 정원은 영국의 플라워쇼 초창기부터 등장해 지금까지 계속해서 출품되고 있는 정원 형태 중 하나다. 2001년 쇼 가든에서‘리얼 재패니스 가든’이 최우수 정원으로 선정됐고, 2004년에는 더 재패니스 웨이가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나가노현의 타테시마 분지가 작품으로 연출됐고, 2003년에는 일본인 디자이너 케이 야마다가 처음 영국정원을 접하면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정원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정원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원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고, 디자이너들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도 녹지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화훼와 정원 관련 대규모 국제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고양시 꽃박람회와 안면도 꽃축제 등이 열리고 있다. 이 두 행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점에서 화훼문화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꽃 박람회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전시 기술과 구성면에서 국제적인 기준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더구나 꽃과 정원 가꾸기가 일상문화로 정착된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저변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돈이 되고 관리가 수월한 일부 수종만이 집중 공급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정원수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