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주변과의 조화-자연과의 친화성이 중요하다
정원 및 조경 작업 시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자연과의 친화성이다. 자연을 우리 가까이에 끌어오는 것인 만큼 지나칠 정도로 인위적이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손길이 닿아있는 것이기에 완전한 자연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급적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식물 생태학적인 접근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필자는 경기도 모 신문사 옥상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큰 실망감을 느끼고 돌아온 적이 있다. 옥상에 하늘공원이라는 것을 조성했는데, 식물 생태학적인 측면을 무시한 채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정원을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야외 조경물만설치해 놓은 데다 옥상조경에 결코 적합치 않은 잔디를 식재해 놓은 것을 보고 우리나라 조경 현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바짝 바른 바닥에 군데군데 심어진 잔디가 제대로 자랄 턱이 없다. 잔디는 적절한 배수와 수분공급이 필요한 까다로운 식물이다. 막대한 비용만 고스란히 날렸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건물 화단을 한번 유심히 들여다보자. 식재된 수종이 대부분 획일적이고, 화단 모양도 너무나 단조로운 형태를 하고 있다. 일부 화단의 경우 조화로 눈속임을 해놓은 곳도 있다.
보면서 심리적인 위안과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화단이 아니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시각적 폭력을 행사하는 곳들이 많다. 연못이라고 만들어 놓았지만 수초 하나 띄우지도 않은데다 산소 공급을 위한 분수나 수질 정화 장치를 설치해 놓지않아 물이 썩어 들어가는 경우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조경 작업 시 무엇보다 예술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이것저것 마구 심어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색채 구성에 있어서도 친환경성을 유지해야 한다. 가급적 백색, 갈색, 녹색 등 자연 친화적이면서 시각에 거스르지 않은 색깔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물군의 적절한 배치도 고려해야 한다. 수생식물은 수생식물끼리, 건식은 건식끼리, 음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끼리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또 같은 성격의 식물들의 경우 여기저기 분산 배치하는 것보다는 군락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사람도 끼리끼리 어울리듯 식물도 같은 종끼리 한곳에 모아 식재하면 보기도 좋고, 식물 식생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