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부자들/식물의 오묘한 신비

[나무와 시]신경림 / 나무를 위하여

나무부자마음부자 2013. 7. 27. 20:52

신경림 / 나무를 위하여

 

 

어둠이 오는 것이 왜 두렵지 않으랴

불어 닥치는 비바람이 왜 무섭지 않으랴

잎들 더러 썩고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가지들 휘고 꺾이는 비바람 속에서

보인다 꼭 잡은 너희들 작은 손들이

손을 타고 흐르는 숨죽인 흐느낌이

어둠과 비바람까지도 삭여서

더 단단히 뿌리와 몸통을 키운다면

너희 왜 모르랴 밝는 날 어깨와 가슴에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달게 되리라는 걸

산바람 바닷바람보다도 짓궂은 이웃들의

비웃음과 발길질이 더 아프고 서러워

산비알과 바위너설에서 목 움츠린 나무들아

다시 고개 들고 절로 터져 나올 잎과 꽃으로

숲과 들판에 떼 지어 설 나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