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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동호회

[나무와 힐링]보름에 먹는 우리 임산물 ‘잣’

-유종석의 숲과 나무의 가치


올해는 설 명절이 예년에 비해 보름정도 빠르고 2월 14일이 정월 대보름이다. 우리 선조들은 한해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소망이 가득담긴 대보름 음식으로 오곡밥, 복쌈, 진채식, 귀밝이술, 부럼 등을 먹으며 온 가족이 집안에 등불을 켜놓고 밤을 세운다는 기록이 있다.
오곡밥은 집안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주로 여섯 가지 가지 곡식을 넣어 지어먹는다는 뜻에서 곡식의 총칭인 오곡이란 말을 사용했으며 복쌈은 밥을 김이나 취나물에 싸서 먹는데 이것을 복쌈이라고 한다. 진채식은 취, 고사리, 고비, 시래기, 가지 등을 가을에 말려 두었다가 보름에 삶아먹는 것을 말하며 동국세시기에 청주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기록되어 있어 이를 귀밝이술이라 한다.
특히 정월 대보름날 부스럼을 깬다 하여 밤, 호두, 대추, 잣 등을 깨물며 일년  열두달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축원했다. 우리 조상들은 과거부터 이러한 액운을 물리치고 풍년을 기원하는 각종 재래 의식에 우리 임산물을 많이 애용하였던 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중 잣나무는 정월 초 하루날 잣나무 잎으로 만든 술을 마시면 액운을 물리칠 수 있고 문간에 잣나무를 심으면 질병이 얼씬도 못한다고 믿었다. 잣나무는 소나무과 수종으로 소나무와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적인 고유 수종이다. 한자로 오엽송, 백자목, 홍송, 신라송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잣 열매는 해송자라 불리며 기를 돋우는 약재로 쓰인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 부럼으로 사용하며 우수한 지방성분으로 자양강장재, 빈혈, 두통, 현기증, 신경통, 종기, 혈압강하에 효능이 있으며 최근에는 노인성 질환예방과 뇌 기능 활성화로 수험생 건강관리에 쓰여 지고 있다.
또 잣에 포함된 불포화지방산은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혈압을 내리게 하며 스테미너를 강화해준다. 특히 혈액속의 콜레스테롤양을 줄여서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잣은 예로부터 기호식품으로 널리 이용되어 왔으며 식혜, 수정과, 잣죽 등 요리와 차에 많이 쓰여 맛과 멋을 내는 재료로 사용되었고 최근에는 잣 막걸리와 잣 국수, 잣기름, 잣 두부 등 다양한 음식으로 개발돼 이용되고 있다.
잣나무는 예로부터 백단이라고 해서 배를 만드는데 으뜸으로 쓰였으며 최근에는 건축 내장재, 가구재로 활용되고 있다.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도 잣나무로 만들어 졌다고 전해진다. 잣나무 잎을 태운재는 임질이나 매독 등 각종 성병에 비방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잣나무가 주로 가평, 홍천, 춘천 등 중부 이북에 자라고 있으며 최근 가평군 축령산의 잣나무 숲을 이용해 ‘잣 향기 푸른 숲’이란 치유의 숲을 조성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잣나무는 목재와 잣 열매로부터 잣 잎사귀 까지 이용이 가능하며 최근에는 방향성 물질인 피톤치드를 활용한 숲 유치원, 숲 치유까지 우리에게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우수한 자원을 지속적으로 심고 가꾸어 산림의 자원화에 더욱 힘써야 할 때다.